메르망퉁物語

퀴즈쇼

창작집단 날 2010. 3. 12. 02:11




메르망퉁 왕국에서 왕과 그의 세 공주가 주최하는 퀴즈쇼가 열렸다.


 “첫번째 문제입니다.”

진행자는 알 수없는 묘한 웃음을 띠며 퀴즈를 시작했다.

“흑돼지 두 마리와 오골계 세 마리 중 어떤 것이 더 검을까요?”

가장 먼저 램프에 불이 들어온 것은 나였다. 나는 누군가 말할까봐 얼른 외쳤다.

“두 마리의 흑돼지.”

“네. 두 마리의 흑돼지, 정답입니다. 3번 도전자는 의자가 한 단 올라갑니다. 계속해서 두 번째 문제입니다. 매우 간단하니까 부저를 빨리 누르셔야 합니다.”


 도전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부저에 손을 대고 여차하면 누를 태세를 하고 있다.

“네 저희 왕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누굴까요? 1번 첫째 공주님, 2번 둘째 공주님, 3번 셋째 공주님!”

이게 무슨 퀴즈인가. 이 나라에서 가장 못생긴 세 명을 꼽아보라면 당연히 세 공주라는 것은 흑돼지도, 오골계도 아는 사실이다. 출전자는 부저에 갖다 댄 손을 선뜻 누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전원이 장미냐 백합이냐를 두고 고민하고 계신 것 같군요. 그럼 지명하겠습니다. 3번 도전자.”

나를 꼭 집어 부르는 진행자의 면상에 효도르의 얼음 파운딩을 먹이는 상상을 하며 간신히 답했다.

“첫째 공주님 아니십니까.”

“네, 정답입니다. 대단하군요. 이 문제는 난이도가 상이므로 세 단계 올라갑니다.”

아니, 이게 무슨 정답이란 말인가? 얼굴에 기미가 가득하며 체중이 120킬로그램이나 나가는 42살의 저 노처녀가 가장 아름답다고? 뭔가 속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진행자는 다음 문제를 냈다.


 “세번째 문제입니다. 저희 메르망퉁 왕국의 왕은 어떤 왕일까요? 1번 훌륭한 왕, 2번 덕망 높은 왕, 3번 위대한 왕, 4번 역사에 길이 남을 왕!”

해도 너무하다. 아무리 이 나라에 방송국이라고는 왕실 방송국 밖에 없지만, 이런 문제를 내다니. 

“1번입니다.”

“1번! 정답이 아니구요.”

옆의 도전자의 외침에 진행자는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다. 멀리 단상에서부터 서늘함이 느껴져 고개를 돌려보니, 왕의 얼음장 같은 시선이 옆의 도전자의 몸뚱이를 유린하고 있다. 나를 비롯한 다른 도전자도 정답을 외치지 못할 정도의 냉기어린 눈초리다. 그 때였다.

“이런 도저히 당해낼 수 없네요. 정답을 확신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묻지 아니할 수 없네요. 3번 도전자! 정답은요?”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아무 답이나 말했고, 퀴즈쇼는 그것으로 끝이 났다. 다른 도전자들은 한 단도 오르지 못한 채 그저 조용히 기분 나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3번 도전자. 정말이지 대단했습니다. 우승하신 3번 도전자에게는 왕께서 친히 상품을 수여해주신다고 합니다. 대단한 영광입니다.”

상품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지난해에는 흑돼지가 지지난해에는 오골계가 수여됐다고 했다. 뭐가 되었든 이 지긋지긋한 배고픔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것이면 좋겠다.

“자, 올해의 상품은!”

두구두구두구, 큰 북이 울렸다.

“문자 그대로 안정된 미래가 당첨되었습니다.”

갑자기 스튜디오에 불이 꺼지며 암흑이 되었고, 그 속에서 스포트라이트는 무언가를 찾아 헤맨다. 그리고 조명이 멈춘 곳에는 못난이 첫째 공주가 누런 잇몸을 드러내며 웃고 있다. 우승상품은 그녀인 것이다.


난 오늘 그렇게도 혐오하던 신문사에 덜컥 합격해버리고 말았다.

 
-夢で会いましょうから-